비망록
트라우마
nonamenullnil
2012. 9. 5. 11:38
어제는 퇴근길에 동네 친구를 만나 맥주를 곁들이며 '트라우마'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왜 우리는 이미 아물어버린 상처에 힘들어 하는가. 과거의 트라우마, 혹은 아픈 기억에 대한 상처는 분명히 시간이 지나면 아물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처가 나에게 있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지나간 사랑의 흔적들을 삶 속에서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함께 떠올린다. 결국 트라우마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밖에, 즉 시간과 실재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매우 무거워졌다. 그리고는 서로 아무 말없이 앞에 놓인 맥주를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