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인지 봄비인지 나를 헷갈리게 만드는 비가 3일째 내린다. 나는 원래 비내리는 날씨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창가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궁상 떠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가 오는 날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바지가 젖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우산을 쓰고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과 우산이 부딪히는 것 마저도 너무 싫어졌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도 더 이상 나의 감수성을 끌어내주는 촉매제가 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나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빗소리가 이제 나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비와 연결되는 나의 안좋았던 기억은 사라지고 나로 하여금 더 이상 감정적 낭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빗소리가 항상 던저주던 많은 아픔들은 이제 나에게는 없다. 과거와 현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나는 그 연결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단지 소모적 감정의 사용을 줄이고 싶을 뿐이다.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를 만들게 될 것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 나는 과거와 애증의 동거를 하고 있을 뿐이다.
taken by jazzdori / iPhone 3Gs PhoneGrafer App. / ColorCast-C / 2010. 0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