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2011. 7. 27. 00:45
1898년은 스페인에게 여러 의미에서 큰 역사적 전환기였다. 당시 스페인령이던 쿠바 아바나 항에 정박 해있던 미국국적 선박인 메인호가 원인불명으로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배가 그대로 가라앉아버렸기 때문에 폭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미국은 카리브해에서의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한 지리적 요충지인 쿠바를 삼키기 위해 메인호의 폭발을 스페인의 소행으로 몰고갔다. 뉴욕 저널 등 미국 유력 언론에서는 메인호의 폭발이 스페인의 소행이라는 심증적 기사를 내보냈다. 그로 인해 미국의 국민들은 분노했고 미국은 쿠바 침공의 명분을 얻어 스페인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그 결과는 미국의 압승이었다. 이 전쟁으로 인해 스페인은 쿠바는 물론이고 푸에르토리코를 미국에 넘겨주어야 했고, 저 멀리 태평양의 필리핀 마닐라 까지 미국의 손에 넘어갔다. 1898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은 쓰러져가던 스페인 제국에 날리는 카운터 펀치와 같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제국주의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1898년은 스페인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긴 해이기도 했다.  미겔 데 우나무노, 앙헬 가니베트, 마차도 등 이른바 '98세대'라 불리는 지식인들이 문학과 지성 운동을 통해 스페인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세계의 역사에서 한 나라에 큰 악재가 터진 해에는 동시에 희망이 싹트는 경우가 많았다. 그야말로 위기가 기회로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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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namenulln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