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2011. 1. 29. 23:53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 모든 역사는 '변화'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특히 본격적인 발전이 시작된지 백년이 채 안된 IT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IT 분야가 그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기존에 더디게 변화해왔던 다른 분야에 까지 영향을 주는게 매우 당연해졌다. 음악 분야가 그 중 하나인데 현대 대중 음악의 역사는 에디슨의 축음기 발명 이후 음악을 담아내는 그릇인 '매체'의 변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음기로 시작해서, LP, 테이프, CD, MP3 등 간략하게 이야기 해도 이 정도이니 더 자세히 들어가보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오늘 간만에 웹서핑 중에 빌보드 차트를 보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우리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잠시나마 돌아보게 된 좋은 기회였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빌보드의 로고

 우리가 20세기 까지는 음악,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팝음악을 찾고 감상 할 때 가장 신뢰하던 정보원은 바로 빌보드 차트였다. 빌보드 차트는 1936년 빌보드 매거진이 출간하면서 시작되었다. 빌보드 차트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차트인 Hot 100(바로가기)는 1958년도에 시작되었다. 방송 횟수와 음반 판매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차트는 21세기가 오기 전까지, 그러니까 1990년대 까지는 가장 신뢰받고 대중적으로 소비되던 음악 및 아티스트 순위표였다. 가장 가까운 과거인 90년대를 생각해 보면 Michael Jackson, Madonna, Boyz ll Men, Mariah Carey, Whitney Houston, Celine Dion, Babyface 등 수많은 아티스트가 뛰어난 음악성과 대중의 인기를 통해 빌보드 차트를 호령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신뢰를 받거나 대중적인 매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빌보드 매거진에 개제되는 빌보드 차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팝씬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바로미터였다. 1995년과 1996년에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스투멘이 "One Sweet Day"라는 노래로 세운 16주 연속 싱글차트 1위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아이튠즈 10의 아이콘 

 하지만 2000년 무렵부터 시작된 인터넷의 보급과 MP3의 등장을 위시한 음악 매체의 디지털화는 사람들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특히, 2001년 등장한 애플의 아이팟(iPod)은 함께 태어난 아이튠즈(iTunes)와 함께 음악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물리적인 앨범을 소비하던 사람들이 1999년에 시작된 MP3 공유 P2P 서비스인 냅스터(Napster)와 아이팟으로 상징되는 MP3 플레이어와 함께 무형의 디지털 음악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디지털 기기로 완벽히 넘어간 것은 아니었고, MP3를 구해서 씨디를 구워낸 다음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소비하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아이튠즈같은 경우는 당시에 CD를 굽는 기능이 빠져있어서 이를 싫어하는 사용자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또한 2000년 냅스터는 메탈리카, 마돈나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 음반회사들에게 거액의 소송을 당하며 무료 MP3 공유의 확산이 약간 주춤하게 되었다. 하지만 음악 소비의 디지털화는 인터넷의 확산 때문에 필연적인 것이었고 애플은 이 개념을 자신의 서비스로 만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2003년 애플이 시작한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이다. 아이팟도 아이튠즈와 아이튠즈 스토어로 이어지는 하나의 선순환을 만들어가며 애플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현재는 아이튠즈 뿐만 아니라 수 많은 디지털 음악 서비스가 존재하며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디지털 음악을 소비한다.

아이튠즈 스토어의 메인 화면

 현재의 아이튠즈 스토어는 음악 뿐만 아니라 영화, TV쇼, 어플리케이션, 책, 팟캐스트 등 다양한 컨텐츠를 판매한다. 또한 각 컨텐츠의 판매량을 집계해서 사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순위를 보여준다. 빌보트 차트가 전주의 판매량과 방송 횟수 등을 집계해 발표하는 것에 비하면 아이튠즈의 실시간 집계는 피부에 와닿는다. 간단히 비교를 해보자. 이번주 빌보드 차트 (1.30~2.5) Hot 100을 1위에서 7위까지 보면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신작 싱글 Grenade가 1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빌보드 차트(1.30 ~ 2.5) Hot 100 순위 

 다음은 아이튠즈 스토어 판매 차트(1월 29일 23시 현재)이다. 브루노 마스는 3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이튠즈 스토어에서도 브루노 마스의 싱글 Grenade가 1위였다. 하지만 새롭게 싱글을 발표한 핑크(Pink)에게 1위자리를 내주고 3위까지 내려왔다.

아이튠즈 스토어 판매 순위 (1월 19일 23시 현재)

 아무래도 실시간 판매량 집계이다보니 아이튠즈 스토어가 현재 인기가 높은 음악의 순위를 빠르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실시간 판매량 상위 10개 안에 들게 되면 아이튠즈 스토어 첫 페이지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판매량 증가에 더 탄력을 받는 혜택도 누린다. 하지만 라디오, TV 등 기존의 미디어에서 방송되는 횟수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악을 소비하는 모든 사람들의 순위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디지털 음악의 최대 단점인 물리적 앨범과 감성적인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는 한계를 아이튠즈도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튠즈가 미국 내 최대의 음악 스토어가 된 것은 그 사용의 편리성과 iTunes LP, 음악 차트 등을 통해 기존의 아날로그 음악 소비의 요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보드 차트를 보고,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 샵에서 음반을 구매하는 패턴은 아이튠즈 스토어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것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아직은 국내에 아이튠즈 스토어가 정식 오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플리케이션과 팟캐스트, iTunes U를 제외하면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전무하다. 어카운트 없는 미국 계정을 국내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미국 스토어에 우리나라 컨텐츠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매우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검색하고 구매하고 소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튠즈가 제공하는 판매량 정보가 약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음악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정보로써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음악을 판매하고 카드 결제와 아이튠즈 기프트 카드 판매가 공식화 되면 국내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음악 소비 방식이 대중화 될 것이다. 아니면 기존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멜론, 벅스 등의 디지털 음악 서비스들도 컨텐츠의 다양화, 가격의 합리화(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음악 소비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이튠즈와 같은 훌륭한 국내 서비스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단순히 음악을 디지털로 변환해서 판매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Posted by nonamenulln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