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2011. 11. 9. 00:10
애플의 전 임원인 장-루이 가세(Jean-Louis Gassée)가 애플TV(그는 iTV라고 표현했다)의 미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iTV의 작동 환경에 관한 도식을 그리고 TV 시청중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 비율 등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iTV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했다. 그의 의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iTV는 케이블 채널과 셋탑박스를 모두 담고있는 TV"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의 의견에 전반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잘 살펴보면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재탕한 것이지 미래를 내다보았다고는 할 수 없을것 같다. 반면에 내가 바라보는 애플TV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물론 전적으로 내 개인의 의견이다. 

장-루이 가세의 iTV 스케치. 직관적으로 쉽게 풀어놓기는 했지만 이미 존재하는 개념이다. 

 
1. TV와 사용자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 TV를 볼 때, 그것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TV 화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곤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부모님이 항상 TV에서 멀리 떨어지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이처럼 TV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전자기기 중 우리와 가장 먼 물리적 거리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매체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고, 콘텐츠의 형식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TV와 라디오는 물리적 거리와는 상관 없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콘텐츠 소비 도구였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많은 사람들이 각자 개인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다. 포스트 PC의 시대로 들어오면서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 랩탑과 데스크탑의 힘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우리는 점점 스마트폰과 태블릿처럼 개인화된 디바이스에 더 집중하고, TV보다는 이것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것의 TV의 미래 모습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TV는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고, 우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TV앞에서 예전처럼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으며, TV에 잘 집중하지도 않는다. 장-루이 가세가 자신의 글에서 근거로 제시한 다음의 도표를 보자.


많은 사용자들이 TV를 틀어놓고 딴짓을 한다. 그들은 TV를 배경음악 삼아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가지고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웹브라우징을 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글을 남기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는 TV에 많은 기능을 우겨넣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스마트TV에서 수십개의 복잡한 버튼과 쿼티자판이 달린 리모콘을 가지고 웹서핑과 트위터를 한다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없던 시대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은 넌센스다. 무조건 많은 기능과 어플리케이션을 TV에 때려 넣는다고 TV가 스마트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사용자들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제공되는 SNS, 콘텐츠, 앱 등을 쉽고 자연스럽게 TV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나을 것이다. 조금 극단적일 수 있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미래의 TV는 "모바일"이다.

2. 리모트 앱(Apple Remote App.)과 시리(Siri)

예전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내 생각에 애플TV의 핵심은 리모트 앱이다. 지금도 애플TV를 가지고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라면 리모트 앱은 무척이나 쓸모가 많다. 맥과도 자연스럽게 연동되기 때문에 같은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다면 i디바이스로 맥에 있는 아이튠즈와 애플TV를 원격으로 조종 할 수 있다. 만약 디스플레이가 달린 애플TV가 나온다면 리모트 앱의 활용도는 지금보다 훨씬 커지게 될 것이다. 특히, 시리(Siri)와 결합될 경우에는 흉측한 기존의 TV 리모컨들이 점차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르겠다. (참고: 인터페이스의 혁명 Siri, 그리고 애플TV)

3. 아이클라우드(iCloud)

현재 애플TV도 iCloud를 통해 포토스트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iCloud는 애플TV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유력 영화사,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사들과 애플이 계약하고 iCloud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리고 이것을 쉽고 심플한 UI로 구현한다면 TV를 구입하고 또 따로 케이블 채널에 가입해야 하는 복잡함이 사라지게 된다. 이는 애플TV 내에 채널과 영화사별로 각각의 앱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할 수도 있다. 마치 2004년에 아이튠즈스토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4. 에어플레이(AirPlay)

에어플레이는 내가 보기에 지금도 애플TV의 핵심 기능이다. 그리고 미래의 애플TV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나는 종종 아이패드에 있는 뮤직비디오 앱인 VEVO를 틀고 음악을 감상한다. 그런데 VEVO가 에어플레이 기능을 지원하게 되어서 (아직 베타이긴 하다) 내가 보고싶은 뮤직비디오를 에어플레이를 통해 큰 화면에서 감상하고 있다. 또한 에어플레이 미러링을 활용하면 (이는 아이폰4S와 아이패드2 에서만 가능하다) 성난 새들을 TV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 에어플레이를 지원하는 iOS 앱이 늘어나고 에어플레이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나는 애플TV 내에 있는 기본 기능들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는 iOS에 무비트레일러 앱까지 등장해서 사실상 애플TV 내에 있는 "상영중" 기능은 사실상 "중단중"이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집에 있으면 각자 자신의 아이폰에 있는 재밌는 동영상이나 음악들을 에어플레이를 이용해 애플TV에 띄워놓고 함께 감상하기도 하였다. 결국 우리는 TV 안에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모바일 기기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과 즐기는 콘텐츠를 TV를 통해 "크게 보고싶어"하기를 원할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에어플레이가 있다.

애플TV를 포함해서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TV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무척 크다. 삼성과 LG 주도하에 스마트TV가 등장했고, 시장이 점점 뜨거워지기 직전이지만 아직까지 제대로된 미래의 TV는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현재 나와있는 스마트TV는 사람들이 수십년간 TV를 대해왔던 자세와 태도, TV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바일의 시대는 무르익어 가고 있으며, TV가 예전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모바일 기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미래의 TV는 "모바일"이다.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바로 TV인 것이다. 
Posted by nonamenullnil
테크2011. 10. 12. 10:58
 예약판매 수치로 아이폰4의 기록을 깬 아이폰4s가 일반에도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Siri에 대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짓궂은 질문에도 무척이나 센스있는 대답을 하는 Siri에 사람들은 즐거운 모양이다. 결국 아이폰4s도 발표 당시의 혹평과는 달리 큰 성공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Siri는 애플이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을 발표하던 당시 소개했던 (이제는 우리에게 일상의 기술이 되어버린) 터치 인터페이스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방식의 음성인식 인터페이스이다. 애플이 발표한 소개 영상과 데모, 그리고 여러 매체에서 쏟아내는 Siri 체험 영상들을 종합해 볼때 Siri는 엄청난 물건으로 보인다. 사용자 입력 방식에 또 한번 혁명을 불러 올만한 Siri. 이 녀석이 애플TV와 만난다면 또 어떤 재밌는 것들이 탄생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1. Siri를 통해 목소리로 컨트롤하는 애플TV.

 
 애플TV가 제공하는 입력방식은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애플TV와 함께 들어있는 애플리모컨. 그리고 두번째는 iOS 기기를 통해 애플TV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Apple Remote 앱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는 전통적인 방식의 리모컨이고 사용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검색과 계정 로그인을 할 때 알파벳 입력에 있어서는 최악의 경험을 선사한다. 애플리모컨 자체가 버튼이 거의 없고 아주아주 기본적인 기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이 iOS 리모트 앱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iOS 애플 리모트 앱은 사실 맥OS의 iTunes를 제어하거나 보관함에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애플TV도 제어가 가능하다. 특히 애플TV 제어에 있어서는 쾌적한 사용성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앱에 Siri가 들어간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소파에 앉아서 애플TV를 컨트롤 하기가 훨씬 더 편해질 것이다. 만약 내가 거실에서 아이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그것을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Siri를 켜고 "Play this video on AppleTV."라는 명령을 내리면 에어플레이가 실행되면서 애플TV에 바로 동영상이 이어서 재생되는 것이다. 애플TV에 푹 빠져있는 나로서는 Siri를 처음 접했을 때 바로 이 장면이 떠올랐다. 목소리로 컨트롤 하는 애플TV. 만약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 대신에 Kinect를 인수했다면 모션 컨트롤을 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그들은 Siri를 통해 더 나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2. Genius + Siri.


 우리가 그 동안 대체로 잊고있던 애플의 숨은 무기가 있다. 그것이 바로 Genius다. Genius는 사용자가 iTunes와 iTunes 스토어를 통해 즐기는 음악, 영화, TV쇼 등 콘텐츠를 분석해서 그가 좋아 할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사용자의 iTunes 사용 내역을 수집하고 있다. 2011년 3월 기준으로 애플은 2억개 이상의 iTunes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이렇게 많은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보가 Siri와 결합된다면 애플TV 사용자들에게 각자에게 어울리거나 혹은 평소 즐기던 것과 관련된 콘텐츠를 바로 추천해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가령, 애플TV에서 영화 인셉션을 보다가 "Recommend me another movie to watch."라는 명령을 Siri에게 내리면 다크나이트와 같은 영화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결국 Genius와 Siri의 결합은 사용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애플과 협력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도 큰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 두가지 외에도 애플TV에게 Siri는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내년에 애플이 디스플레이 패널이 달린 애플TV를 출시하는 것이 유력해 보이고, iOS의 점유율과 iOS 기기들의 판매상황을 고려해 볼때 Siri의 탄생은 혁명적인 변화의 순간이라 할 수도 있을것 같다.
Posted by nonamenullnil
테크2011. 4. 5. 22:32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애플 리모트 앱. 활용도가 높다는 것은 사용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숨겨진 기능이 생각보다 많았다. 최근에는 아이패드 리모트를 통해 애플TV를 조작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키보드 입력 인터페이스였다.

사실 애플TV를 함께 들어있던 애플 리모컨으로 조작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리모컨에 버튼이 많지 않은 관계로 직관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세밀한 조작이 필요한 경우에는 귀찮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타이핑을 해야하는 경우이다. 

애플TV의 키보드 입력 인터페이스. 리모트를 활용하면 일일히 방향키로 옮겨가며 입력해야 한다.

애플TV에서는 리모컨을 가지고도 문자를 타이핑해서 접속 아이디 혹은 검색어를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애플 리모컨의 버튼만을 가지고 빠른 입력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 하다. 게다가 정교함도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 애플은 무료로 제공하는 iOS용 리모트 앱을 제공한다. 리모트 앱은 원래 홈공유 기능을 통해서 아이튠즈 보관함을 원격 조작하기 위한 용도이다. 하지만 애플TV가 최근 다시 부활하면서 애플TV 조작 기능을 추가했다. 원래는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 최근 애플TV에 NBA와 MLB.TV 등 즐길만한 콘텐츠가 많아졌고, iOS 4.3의 등장으로 애플TV를 중심으로 하는 가내수공업 형태의 콘텐츠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기 때문에 리모트 앱을 더욱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아이패드 리모트로 MLB.TV에 로그인을 하다가 리모트 앱이 편한 타이핑을 위한 키보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터치스크린과 스와이프 제스쳐를 통해 아이패드를 조작할 수 있는 리모트 앱 UI. 

 리모트 앱을 통해서 애플TV의 콘텐츠를 네비게이션 하는 도중 타이핑이 필요한 경우 즉시 타이핑을 할 수 있도록 가상키보드가 자동으로 올라온다. 매우 편리하고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애플TV를 조작하는 리모트앱 UI에서 스와이프(Swipe) 제스쳐로 네비게이션을 하다보면 타이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이 경우에 리모트 앱은 자동으로 아이패드의 가상키보드를 올려서 사용자가 그것으로 타이핑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키보드를 타이핑하면 한 글자를 누를 때마다 시간차 없이 화면의 키보드에도 타이핑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센스 만점인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애플 리모컨을 가지고는 방향버튼을 이용해서 복잡하게 타이핑을 해야 했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애플 리모트를 이용하면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타이핑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애플TV는 iOS기기와 아이튠즈를 통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아직 국내 콘텐츠는 즐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애플TV를 잘 활용하면 $100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제공한다.
Posted by nonamenulln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