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는 주로 파시즘적 성격을 갖는다. 특히 미디어의 발달은 트렌드를 하나의 전체주의적 존재로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특히 패션(fashion) 분야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TV와 패션잡지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동경하는 연예인들이 입고 나온 티셔츠 쪼가리나 팔찌 하나에도 열광을 해왔다. 심지어는 90년대 중반 한 탈옥수가 자신의 검거 현장에서 입었던 이탈리아 브랜드의 티셔츠는 그것의 짝퉁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일도 있었다. 또한 미국에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스타들의 파파라치 샷을 통해 많은 트렌드가 퍼져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연예인들의 공항패션이 하나의 패션 카테고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권력자(브랜드, 패션계 인사들, 그리고 연예인들)의 생각은 미디어를 통해 여전히 일방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되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할리우드 여배우 밀라 쿠니스(Mila Kunis)가 커피빈 컵을 들고 포착된 모습.
최근에 미국에서는 커피전문점인 커피빈(The Coffee Bean & The Tea Leaf)의 일회용컵이 패션 악세사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린지 로한이나 밀라 쿠니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커피빈 컵을 들고 커피빈 출입문 앞이나 LA 다운타운에서 포착된 파파라치 샷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게 된 것이다. 즉, 그들이 미디어에서 들고 등장하는 에르메스 버킨백과 커피빈의 일회용 컵은 패션 악세사리로서 대중들에게 동일시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파파라치 샷들이 예전에는 잡지와 TV 가십 프로그램에서나 소개될법한 콘텐츠였겠지만 이제는 SNS라는 뉴 미디어와 소셜웹을 통해 대중들이 이 내용을 공유하고 빠르게 퍼뜨리고 있다는 점은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혹자들은 소셜웹과 SNS의 대중화가 트렌드의 속성을 수직적인 것에서 수평적인 것으로 바꿔놓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트렌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트렌드는 여전히 콧대가 높고, 위압적이며, 우리에게 권력자의 생각과 의견을 강요하는 도구이자 그 핵심 내용일 뿐이다. 한낱 종이컵에 불과한 커피빈 컵이 대중들이 자신을 도시적이며, 이지적이고, 살아있으며,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았다고 느끼도록 하는 힘은 결국 트렌드의 권력적인 속성에 있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들이 제시하는 모드(mode)대로 옷을 입고 이 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한다면 그곳이 바로 멜로즈(Melrose)고 로데오거리(Rodeo Drive)라고 강요하고 우리는 그것을 동경하고 따른다. 이처럼 미디어의 형태와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계속 변한다 할지라도 결국 트렌드는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남들에게 뒤쳐지면 어쩌지'라는 현대 대중들의 마음 속 공포를 이용한 전체주의적 권력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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