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2011. 9. 27. 11:08
 트렌드는 주로 파시즘적 성격을 갖는다. 특히 미디어의 발달은 트렌드를 하나의 전체주의적 존재로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특히 패션(fashion) 분야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TV와 패션잡지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동경하는 연예인들이 입고 나온 티셔츠 쪼가리나 팔찌 하나에도 열광을 해왔다. 심지어는 90년대 중반 한 탈옥수가 자신의 검거 현장에서 입었던 이탈리아 브랜드의 티셔츠는 그것의 짝퉁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일도 있었다. 또한 미국에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스타들의 파파라치 샷을 통해 많은 트렌드가 퍼져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연예인들의 공항패션이 하나의 패션 카테고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권력자(브랜드, 패션계 인사들, 그리고 연예인들)의 생각은 미디어를 통해 여전히 일방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되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할리우드 여배우 밀라 쿠니스(Mila Kunis)가 커피빈 컵을 들고 포착된 모습.

 최근에 미국에서는 커피전문점인 커피빈(The Coffee Bean & The Tea Leaf)의 일회용컵이 패션 악세사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린지 로한이나 밀라 쿠니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커피빈 컵을 들고 커피빈 출입문 앞이나 LA 다운타운에서 포착된 파파라치 샷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게 된 것이다. 즉, 그들이 미디어에서 들고 등장하는 에르메스 버킨백과 커피빈의 일회용 컵은 패션 악세사리로서 대중들에게 동일시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파파라치 샷들이 예전에는 잡지와 TV 가십 프로그램에서나 소개될법한 콘텐츠였겠지만 이제는 SNS라는 뉴 미디어와 소셜웹을 통해 대중들이 이 내용을 공유하고 빠르게 퍼뜨리고 있다는 점은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혹자들은 소셜웹과 SNS의 대중화가 트렌드의 속성을 수직적인 것에서 수평적인 것으로 바꿔놓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트렌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트렌드는 여전히 콧대가 높고, 위압적이며, 우리에게 권력자의 생각과 의견을 강요하는 도구이자 그 핵심 내용일 뿐이다. 한낱 종이컵에 불과한 커피빈 컵이 대중들이 자신을 도시적이며, 이지적이고, 살아있으며,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았다고 느끼도록 하는 힘은 결국 트렌드의 권력적인 속성에 있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들이 제시하는 모드(mode)대로 옷을 입고 이 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한다면 그곳이 바로 멜로즈(Melrose)고 로데오거리(Rodeo Drive)라고 강요하고 우리는 그것을 동경하고 따른다. 이처럼 미디어의 형태와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계속 변한다 할지라도 결국 트렌드는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남들에게 뒤쳐지면 어쩌지'라는 현대 대중들의 마음 속 공포를 이용한 전체주의적 권력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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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2011. 6. 29. 23:03
중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미디어 혹은 편견)을 배제하고 상대를 대하는 것, 이것이 관계의 시작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 여러가지 도구를 사용한다. 가벼운 문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화, 그리고 인터넷. 이 모든 것이 관계를 살리고 죽인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도구들을 사용하는 순간 문맥은 사라진다. 얼굴 표정의 세밀한 변화, 목소리의 떨림, 지나쳐서는 안될 손짓, 나를 대하는 상대방의 태도.. 이 모든 문맥이 사라지면 진정한 관계는 성립되기 힘들다. 나가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가서 우리의 마음을 전하자. 내 모든 진심과 마음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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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2011. 5. 22. 13:35
 Apple TV 2세대가 출시된지도 벌써 반년이 넘게 흘렀다. 그 동안 iOS도 많은 발전을 거듭하며 Mac OS X과 함께 애플의 진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반면에 아직까지도 Apple TV는 애플이 밝혔듯 '취미'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Apple TV가 스토리지가 없는 작은 셋톱박스에 불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iTunes 스토어를 즐길 수 있는, 에어플레이를 통해 iOS 장비에 있는 미디어를 즐기는 가벼운 기기이지만 앞으로 Apple TV의 발전 방향은 애플의 사업 향방을 가늠 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일 것이다.

 우선 애플은 최근 많은 TV 관련 엔지니어들과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본격적인 TV 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Apple TV가 지금처럼 셋톱박스의 형태가 아닌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진짜 TV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게 한다. 현재 전세계 TV 시장은  LG와 삼성이 소니와 함께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세 기업의 점유율은 약 46%). 하지만 향후에 애플이 TV 시장에 뛰어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애플이 Apple TV를 현재 삼성과 LG가 내놓고 있는 스마트TV와 유사한 형태로 발전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TV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매체이며 TV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자세는 그렇게 빠르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포테이토칩을 하나 들고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서 패밀리 가이(Family Guy)를 보며 낄낄거리고 싶어 할 뿐이지, TV 화면을 분할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TV = 바보상자"라는 말이 바로 TV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정확히 표현해주는 표현이다. 또한 우리는 이미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접속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너무나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스마트TV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와도 그것으로 SNS와 어떤 사고가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TV는 쌍방향 미디어 보다는 기존의 단방향 미디어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결국 TV 제조사들도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와 미디어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그 성공 여부가 갈릴 수 밖에 없다. 거기에 그 콘텐츠들이 제조사 자신이 직접 보유한 플랫폼에 녹아 들어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가진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에는 iTunes가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에는 수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나는 그 중 으뜸이 바로 iTunes라고 생각한다. iTunes를 중심으로 애플의 제품들이 최고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리고 향후 디스플레이가 달려있는 Apple TV가 출시될 경우 iTunes를 중심으로 한 애플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적절히 녹아들어갈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애플 제품이 그러했던 것 처럼.


 결국 향후 Apple TV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TV 속에 현재 Apple TV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시 말하면, 미래의 Apple TV는 공중파 방송도 시청이 가능하거나 혹은 많은 유력 방송국과 콘텐츠 계약을 체결하고 "기존의 TV(디스플레이) + 현재 Apple TV"의 형태가 될 것이다. 이미 기존의 Apple TV에는 MLB.TV와 NBA까지 들어갔다. 이는 애플의 TV 시장 진출을 위해 방송 채널과의 협력이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기존의 iTunes에 추가적인 채널이 들어가고, 에어플레이가 더 많은 앱과 서비스 (예를 들어, 키노트나 잡지 앱 등)에 까지 사용이 가능해진다면 미래의 Apple TV는 TV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 한 제품이 될 것이다. 삼성과 LG도 향후 TV 시장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3D TV 기술표준과 카테고리 선점을 위한 광고와 마케팅에만 집중 할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미디어를 확보하고 이를 TV 사용자가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Posted by nonamenullnil